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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디케어 약가 통제안 법안 통과

 

8월 16일, 미국의 인플레 감축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모두의 시선은 친환경 보조금으로 쏠렸지만, 사실 법안엔 제약계를 뒤흔들 개혁안도 있었습니다.

바로 메디케어 약가 통제안입니다.

메디케어란 65세 이상 노인이 들 수 있는 미국의 공적 의료보험입니다.

수혜자만 무려 6500만 명으로, 미국 노령층의 건강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해왔습니다.

크게 필수 가입 파트 A·B vs 선택 가입 파트 C·D로 나뉘는데, 이 중 약값을 지원하는 파트 B와 D에서 정부 지출이 너무 커지자 칼을 뽑아든 것입니다.

 

 

이번 개혁안은 파트 B와 D 중 사용 빈도가 높은 60가지 약품에 대해 제약사의 임의적 가격 지정을 금지하고, 정부와의 협상을 강제 & 인플레 수치를 넘는 가격 인상을 아예 금지해버렸습니다.

사용 빈도가 높은 약품 대부분이 엄청 비싸고 중요한 대형 제약사들의 대표 품목이기에, 타격이 불가피할 예상입니다.

실제로 미 정부는 해당 조치를 통해 향후 6년간 정부 지출을 131조 원 이상 줄일 것으로 예상 중인데, 이 돈 대부분이 이번 조치가 없었으면 다 제약사에게 약값으로 갈 돈이었습니다.

 

건강보험 혜택받는 약품 수가를 제약사와 협상하는 한국과 다르게, 미국은 약값을 제약사 마음대로 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약사는 거의 매년 약값을 인상해왔습니다.

특히 메디케어가 적용되는 약은 인상 폭이 더 컸습니다.

2020년엔 메디케어 적용 약품의 절반 이상이 인플레보다 훨씬 높은 가격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그러나 약이라는 게 환자에겐 필수품이니, 환자는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약사들은 꾸준히 국가 재정과 환자에게 부담을 적립시켜왔습니다.

 

사실 약이 생명과 직결된 부분이라, 가격 잘못 건드렸다간 정치적 역풍 맞기 쉬운 분야입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게 2016년 밸리언트의 사례입니다.

캐나다 제약사 밸리언트는 헤지펀드와 손잡고 희귀병 치료제 제약사들을 마구 사들였습니다.

이후 약값을 3~10배 가까이 올리며 폭리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2016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클린턴과 샌더스가 이를 지적했고, 언론 폭로가 터지며 조사가 들어갔습니다.

해당 조사에서 자회사 약국에 약 떠넘기기, 회계 부정 의혹 등이 줄줄이 올라오며, 1년 만에 주가 –95% 폭락한 사례입니다.

 

제약사들은 일제히 반발했습니다.

해당 조치가 신약 개발의 장애물이라는 주장을 한 것입니다.

일단 해당 법안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회사로는 암젠·애브비·길리어드 등이 지목되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미국 매출 비중이 높은 회사들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번 개혁안이 제약사에 별 영향 없을 거란 시각도 있습니다.

약가 협상은 2026년부터 2029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인데, 애초에 현재 대표 약품 대부분 특허가 얼마 남지 않아 수익에 중대한 영향은 없고 이번 법안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덜어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밸리언트는 헤지펀드 대가 빌 아크만이 풀베팅 하고 있던 곳이었습니다.

2016년 폭락이 시작되자, 기회라며 포지션을 더욱 늘렸었습니다.

이후 밸리언트 CEO가 통제 불능 수준으로 막 나가자 실수를 인정하고 손절했는데, 손실이 무려 5000억에 달합니다.

 

제약사들은 US$200mn에 가까운 돈을 TV광고·로비에 뿌리며 해당 법안 삭제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당장 11월 선거를 앞둔 상황이라, 통과를 막진 못했습니다.

 

미국의 의약품 소비액은 정말 엄청난 수준이라고 합니다.

2020년 기준 미국인 1인당 평균 의약품 소비액은 $1,376, 압도적인 세계 1위입니다.

OECD 평균의 2배에 달하고, 2위인 독일보다도 $400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