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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로 약을 복용하는 시대

 

식약처가 올해 안으로 국내 첫 디지털 치료제를 승인할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디지털 치료제 (Digital Therapeutics)란 질병의 예방·관리·치료를 돕는 소프트웨어를 말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의료기기의 작동을 돕는 수준이 아니라 (SiMD; Software in Medical Device), 사람에게 디지털 자극을 가해 직접 질환을 치료하는 프로그램 (SaMD; Software as Medical Device)을 뜻합니다.

대충 보면 ‘엠씨스퀘어 같은 건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 의약품과 유사한 과학적+임상적 검증을 거친 진짜 치료제입니다.

즉,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진 무형의 약을 말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디지털 치료제를 향한 관심이 급증했습니다.

애초에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병원 방문 없이 환자의 상태를 팬데믹 최고의 키워드인 비대면으로 체크와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입니다.

특히 아직 공식 승인된 디지털 치료제가 없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2017년부터 약물중독 치료용 모바일 앱 ‘reSET’을 시작으로 약 40개의 디지털 치료제를 승인하고 관련 분야를 키워왔습니다.

여기에 코로나와 헬스케어 전성기 덕에 날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2021년 한 해에만 $3.4bn 규모의 투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전년 대비 2.5배, 2019년 대비 7배 이상 커진 것입니다.
 
이렇게 관심이 커지니 자연스레 시장 규모도 커지는 추세입니다.

2021년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4.2bn 규모인데, 2020년 $2.3bn에서 2배 가까이 성장한 크기입니다.

전망도 밝아서, 2030년까지 연평균 30%로 고성장 예상 중입니다.

현재 시장을 이끄는 업체는 2013년 설립된 Pear therapeutics로, 사실상 디지털 치료제 시장을 개척한 회사입니다.

reSET이 업계 최초 FDA 허가를 받은 이후, 현재 reSET-O (오피오이드 중독 치료제)·Somryst (불면증 치료제)까지 총 3개의 업계 최다 디지털 치료제를 승인받았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SPAC을 통한 상장까지 진행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로 많은 돈이 쏠리고 있지만 사실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디지털 치료제 업체들의 수입은 다른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의사의 처방 횟수에 달렸습니다.

그러나 아직 낯선 영역이라, 처방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Pear사가 발표한 자사 디지털 치료제의 처방 건수는 약 14,000건으로,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작년 미국 의약품 처방 건수는 43억 회인 것에 비해 적은 수입니다.

게다가 기존 의약품 대비 낮은 사용성도 관건입니다.

먹기만 하면 되는 기존 의약품과 사용 방법이 다르다 보니, 디지털 치료제를 처방받은 환자 49%가 처방 후 프로그램을 켜보지도 않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한국 역시 식약처 승인을 앞두고 있지만, 실사용까진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그러나 이유는 좀 다른데 바로 건강보험 문제입니다.

한국 같은 단일 의료보험 국가에서는,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아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면 수익화 방법이 극히 제한적입니다.

그런데 기존 의약품에 맞춰진 의료보험 기준상, 디지털 치료제의 승인은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업계에선 독일·영국·미국 처럼 선승인 후평가 (이후 성과 따라 정식 승인 결정)를 요구 중입니다.

애초에 디지털 치료제는 먹는 약 대비 신체적 위험성이 거의 없고, 환자들의 사용 결과를 바탕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입니다.